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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6일 목요일

김연경 올림픽 배구 MVP 수상, 시라이-랑핑을 넘어 최고의 선수로 가는 여정



대한민국 여자 배구팀의 주 공격수 김연경 선수가 2012 런던 올림픽 여자배구 MVP를 수상했다.
아울러 득점상까지 거머쥐었다.

이번 김연경의 올림픽 MVP 수상은 이례적이라고 본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는 결승전에서 높은 블로킹과 고공 토스로 중국을 우승시킨 펑쿤세터가 MVP였고 2008 베이징 올림픽 때도 그랑프리 우승만 쉴새 없이 찍던 브라질이 드디어 올림픽 우승과 함께 MVP도 파울라 선수가 가져갔다.

한국대표팀은 3-4위전에서 아쉽게 일본에 패하며 4위에 머물렀지만 우승팀 브라질이나 준우승팀 미국이 아닌 최고 득점상을 가져간 김연경 선수가 MVP에 오르며 여자배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올림픽 배구 수상은 시상식을 따로 하지 않고 기록으로 남기는 걸로 알고 있다.
88서울 올림픽 때 전천후 배구선수였던 박미희 선수가 토스, 리시브 등 개인 종합 1위에 올랐었다.
아쉽게 4강문턱에서 주저 앉았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도 제2의 박미희로 불렸던 박수정 선수가 리시브 1위를 했던 기억이 있다.
 
김연경선수의 등장 이후 안타깝게도 한국 여자배구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90년대 김철용 사단으로 대변되는 호남정유 중심의 여자배구팀은 1994년 세계선수권 4강, 1999년 월드컵 3위, 1994년 아시아게임 1위 등의 성적을 올렸고 강력한 수비 조직망과 세트플레이의 정석을 보여주며 세계 6강권을 꾸준히 지키고 있었다.
장소연-구민정-강혜미 등의 현대건설 사단으로 이어져 온 대표팀도 4강을 넘보는 까다로운 강팀의 명백은 계속 유지했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노장들이 은퇴하고 세대교체에 실패하며 대표팀이 추락하던 시기 장신화에 성공은 거두었지만 급격히 떨어진 수비조직력으로 한국 여자배구팀의 명성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와중에 90년대 그렇게 바라던 장신 공격수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송이, 김민지에 이어 김연경 선수가 2005 월드 그랜드챔피언대회에 나왔다.
3선수와 노장 최광희 선수가 레프트로 출전했고 김연경은 여고 3학년이라는 나이에 맞지 않게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이후 김연경은 매번 국가대표에 뽑혀 국제대회에서 가공할만한 득점력을 뽑냈지만 한국팀의 성적은 좋지 못해 실력에 비해 빛을 덜 보는 경향이 있었다.


일본의 시라이, 중국의 랑핑을 넘어 한국의 김연경

배구는 단체 종목이다. 한 명이 아무리 뛰어나도 다른 선수들의 뒷받침이 없다면 성적이 좋게 나올 수 없다.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나 수영의 박태환 선수는 아무리 한국 수영과 피겨의 저변이 약하더라도 개인의 출중한 기량만으로 금메달을 따내며 전설적인 경기를 선보였었다.

하지만 배구는 단체 종목이라 아무리 개인이 잘해도 팀 성적이 좋지 못하면 빛을 발하기 쉽지 않다.
그런 김연경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20세기 최고의 배구 선수로 남자는 미국 배구와 비치발리볼의 전설 카치 키랠리선수가 선정됐고 여자 선수는 쿠바 올림픽 3연패의 주역 토레스 선수가 선정됐었다.
한국팀은 당시 조혜정, 박미희 선수를 추천했던 걸로 안다.
이때 일본의 시라이와 중국의 랑피 선수가 최고선수로 특별 언급됐던 걸로 기억한다.

70년대 일본 여자배구팀의 전성기때 한국계 일본선수 시라이 선수가 있었다.
몬트리올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이자 세계선수권 대회 우승을 이끌었던 선수이다. 배구 경기 중 딱 2번(아마 한번은 프레올림픽 때 한국, 한번은 72년 올림픽 때 소련) 져봤다고 하니 당시 일본팀의 무서운 기세를 엿볼만 하다.
랑핑이 이끌었던 80년대 중국 역시 LA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월드컵 등 주요 대회를 휩쓸었다고 한다.

분명 70년대 일본, 80년대 중국 대표팀은 전설적인 기록을 남겼고 그 중심에 섰던 시라이와 랑핑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김연경 선수의 개인기량은 나날이 성장해 현재는 최전성기를 맞았다.
마침 최전성기 때 4년전 부상으로 건너뛰어야 했던 올림픽 무대를 다시 맞았고 죽음의 조를 넘어 올림픽 챔피언 브라질, 월드텁 우승팀 이탈리아 등 강팀을 연파하며 4강에 올랐다.

개인적으로 팀 성적이 받쳐주지 못해 김연경 선수가 시라이나 랑핑처럼 기억되지 못할까봐 항상 아쉬웠었다.
하지만 올림픽 4강에 36년만에 올랐고 올림픽 MVP 자리에 올랐다.
 
 
21세기 최고의 배구 선수로 가야할 길 : 협회의 지원과 구단의 협조, 그리고 해외 진출

비록 올림픽 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지만 올림픽 4강 진출을 이뤄냈다.
장신 선수로 세대교체 한 이후 2010 광저우 아시아 게임 아쉬운 은메달 이후 다시금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결승전 5세트 때 금메달을 목전에 두고도 조수홍의 쉬운 서브를 연속 리시브 범실을 저질러 다 따놓았던 아시아게임 금메달을 넘겨줘야 했다.
앞으로 다시 올림픽 4년이 남았고 그 사이에 2014년 세계선수권과 2015년 월드컵 그리고 해마다 열리는 그랑프리대회가 있다.

이 대회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한다. 이미 김연경 선수는 전성기에 물이 올랐다. 세대교체의 한 주역이던 양효진 선수의 높이도 좋고 올림픽을 통해 김희진 선수도 많은 성장을 이뤘다.
특히 한송이 선수가 단단하게 성장했고 대각자리를 적어도 2년은 지켜 줄 것이며 황연주 선수도 부상관리만 잘 해줘 2010 세계선수권과 아시아게임 때의 공격력만 되찾아 준다면 든든한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양효진을 비롯, 김희진과 박정아, 표승주, 염혜선 같은 리그에서 자라고 있는 후배들도 김연경 선수를 보며 자신감과 꿈을 가졌을 것이다.

이번 런던 올림픽은 한국여자배구팀이 꾸릴 수 있는 최대치의 베스트 멤버가 아니었다.
적어도 남지연 선수는 수비 요원으로 선발 됐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구단들은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선수차출에 비협조적이었다.
다들 올림픽 8강 진출도 힘들다 싶었을 것이고 국제대회에는 언제나 비협조적이다.

협회 이사 출신인 김형실 감독이 팀들과 싸우고 언론 플레이를 해서라도 최상의 조합을 해주길 바랐지만 그랑프리를 거치면서 드러난 몇 가지 약점을 메우지 못한 채 올림픽에 가야했다.
그리고 협회의 지원은 뭐 전무했다고 알고 있다.
일본의 그 빵빵한 지원들을 보며 스스로 라이벌이라 여기고 있는 한국의 협회는 아무 생각도 없다는 게 개탄스러울 뿐이다.

97년 그랑프리 3위를 이끌었던 김형실 감독의 올림픽 4강 업적은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본다.
하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각 경기 때마다 컨디션을 봐가며 선수 선발을 내세웠다면 4강 미국전에서 갑자기 흔들린 최강 미국을 잡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지만 이해가 안간 용병술로 경기를 그르쳤다.
이탈리아전의 이숙자가 보여준 절정, 브라질전에서 보여준 김사니의 절정의 기량, 실력은 비슷하다.
미국전 1세트 초반부터 김사니의 라이트 백토스가 연달에 상대편 코트로 넘어갔을 때 과감히 교체를 했었야 했다.
이기지 못했더라도 이 아쉬움이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뭐 하나 제대로 김연경 선수와 한국 대표팀에 지원이 되지 않은 가운데 4강을 이끌어 냈다.

그 원동력은 김연경의 해외진출 이후 올라선 절정의 기량과 김연경 선수와 같이 올림픽 예선과 그랑프리를 거치며 선수들이 각자 제 역할을 평소보다 더 잘해줬다는 것이다.

공수 양면에서 김연경과 한송이가 거의 다 해줬다해도 무방했고 이숙자와 호홉을 맞춘 양효진과 정대영의 중앙공격은 매서웠다. 특히 정대영과 양효진의 높은 블로킹 만큼은 한국의 강점이었다.
특히 올림픽에서는 서브가 약해졌지만 높은 사이드 블록과 이동 공격 등으로 쏠쏠한 활약을 해준 김희진이 큰 경험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값진 결과다.


해외진출, 김연경 뿐만 아니라 후배들까지 해외진출해야

김연경 선수가 국내 V리그 뛸 때도 원톱이었지만 지금처럼 전무후무한 단계까지 올라서진 못했었다.
일본 무대를 거치고 유럽무대 챔피언스리그 MVP까지 수상하며 공격, 수비, 블록 뿐만 아니라 자신감과 투지까지 클래스가 더 올라갔다.

김연경 선수가 국내에 머물렀다면 지금 이 세계 원톱의 클래스까지는 오르지 못했으리라 본다.
더 단단해졌고 높이에 파워까지 더 겸비해졌다.

김연경 선수의 영향을 받아 김희진, 박정아, 표승주 같은 어린선수들이 자극을 받아 해외진출을 시도해 봤음 한다.
해외진출을 위해선 공격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작은 신장을 커버해 줄 수비력과 기술, 투지 등이 필요하다는 걸 스스로 느낄 것이다.
이번 코보컵 때 박정아 선수가 또 수비에서 빠지고 표승주선수도 라이트에서 뛰느라 수비에서 빠지는 모습을 보이던데 수비까지 내가 해내야 한다고 달라들어서 실력을 쌓아야 한다.
그리고 김연경 선수처럼 높이 날도록 노력하면 김연경 선수와 함께 한국 여자배구팀이 좋은 성적을 계속 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연경 선수가 앞으로 4년 다음 올림픽까지 국제무대를 휩쓸며 20세기의 토레스의 뒤를 이어 21세기 최고 여자배구선수로 남을 기록들을 써내려가길 바란다.
아마도 스스로 부상관리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국제대회 때마다 협회의 지원이 필수적이고 팀은 발목을 잡지 말고 해외무대에서 날도록 놓아주어야 하며 후배와 동료들도 해외진출 등을 통해 실력을 쌓아서 함께 대표팀을 잘 이끌어 줘야한다.

* 김연경이 일본에 처음 진출할 때 흥국생명이 훗날 김연경이 서른 넘어 국내복귀 할 때를 대비해 자유롭게 풀어준 줄 알았다.
선수생명은 길어졌고 김연경의 수비력과 공격력이면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국내에서는 항상 제 몫 이상을 해 줄 선수이기에 당연히 젊은 시절에 더 크게 성장하도록 풀어준 줄 알았다.
그러면 훗날 국내로 리턴했을 때 당연히 보은 차원에서 흥국생명에서 계속 뛰기로 약속이나 한 줄 알았지만 그건 아니었나 보다.
어쨌든 선수생명이 짧은 편인 배구지만 서른 전에 국내무대로 돌아와서는 안 된다. 세계 최고 리그에서 계속 명성을 쌓고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국가대표 주전으로 또 세계무대에서 실력을 겨뤄야 한다.
 

댓글 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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